‘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처럼 각 나라에는 지역별로 다른 법률이나 규칙, 관습이 존재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의 이용 방법, 식사 예절, 기업 문화 등 상황과 장소 그리고 가게나 기업에 따라 다양한 규칙과 암묵적인 약속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자적인 규칙이 많고 외국인에게는 불친절하다고 알려진 ‘집 계약’입니다. 물건에 따라서는 ‘외국인 사절’이나 ‘일본인의 도움 없이는 임대 불가’ 등 외국인에게 상당히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부동산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살 때 예기치 못한 트러블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10가지 주의 사항을 소개하겠습니다.
1.외국인이라서 계약이 안될지도…! 일본인 보증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일본의 집 계약
일본에서 집 계약을 할 때는 대부분, 세입자가 월세를 체납하거나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보증인’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보증인은 긴급 연락망이기 때문에 일본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한정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사람이라면 보통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등 친족을 보증인으로 내세우지만,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은 가족들이 일본이 아닌 모국에 있는 탓에, 보증인이 없어 결국 집을 빌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중에는 일본인 보증인이 없으면 보증 회사를 이용해 계약할 수 있는 집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보증 회사에 많은 돈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증인이 없거나 비용 때문에 결국, 임대 계약은 단념하고, 셰어하우스에 살거나, 살 수밖에 없는 외국인이 많은 실정입니다.
2.어찌 됐든 돈이 든다! 살기 전에 필요한 비용은 월세 1개월치의 몇 배 정도?
일본에서 집을 빌릴 때, 초기 비용 시세는 알고 계시나요? 일본의 집은 계약한 첫 달, 첫 월세만 내면 바로 살수 있는 그런 개념이 아닙니다.
초기 비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지출이 필요합니다(1인 가구의 경우).
・1개월치 월세
・시키킹: 월세 1개월치가 표준
・레이킹: 월세 1개월치가 표준
・관리비(공익비): 3,000엔 정도가 표준
・부동산 중개 수수료: 월세 1개월치 정도가 표준
・화재보험료: 3,000엔~15,000엔 정도가 표준
・열쇠 교환 비용: 10,000〜20,000엔 정도가 표준
이처럼, 월세와 월세의 대략 4.5~5배에 달하는 각양각색의 수수료가 집 계약을 위한 초기 비용에 가산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때에 따라서는 보증 회사 이용을 위한 수수료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비싼 초기 비용에 대해 머리 싸매고 많은 고민을 합니다.
3.언어장벽?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 계약하고 싶은 집이 ‘외국인 사절’일지도…
최근, 일본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바뀌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외국인 사절’을 내건 집들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세입자와의 의사소통 문제입니다. 계약 절차나 거주 후 연락을 주고받을 때 등, 세세한 부분까지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혹여나 말이 통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사전에 외국인은 거절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거에 외국인 세입자가 문제를 일으켜, 이후 그 집의 관리 회사나 집주인이 외국인을 일괄적으로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주인이 걱정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일본과 외국의 매너 차이에서 오는 트러블입니다. 일본에서는 쾌적한 생활을 위해 주민들끼리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약속이 있습니다. 담배 연기로 위층 거주민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베란다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등, 법률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는 ‘같은 거주민끼리 보이지 않는 배려를 하는 것’이 당연한 행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많은 집주인들은 일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과의 트러블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을 거절합니다.
4.소음에 주의! 옆집에서 벽을 두드리는 이유는…?!
일본 집은 월세가 싼 물건부터 비싼 물건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당연히 월세가 저렴하면 그만큼 곤란한 점도 많은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얇은 건물벽입니다.
벽이 얇으면 소음 전달이 잘 되는 까닭에, 한밤중에 친구를 불러 큰소리로 수다를 떨거나 악기를 연주하면, 그 소리가 고스란히 옆집에 전달됩니다. 가끔은 취침을 방해받았다는 불쾌감에, 벽을 쾅쾅 치며 간접적으로 화를 표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옆집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특히 한밤중에는 생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5.예상보다 훨씬 집이 좁은 경우도…?! 집 구할 때 집 구경은 필수
어느 나라든 공통적으로 수도권이 지방보다 집값이 비싸고, 같은 월세라도 위치에 따라 집 크기가 달라집니다. ‘월세가 비싸니 아마 이 정도 넓이겠지?’라는 생각에, 월세와 평면도만 보고 집을 결정했다가는 생각보다 좁은 집에 실망만 할 수 있습니다. 가구는커녕 침대도 겨우 놓고, 앉을 공간도 없어 모처럼의 일본 생활을 스트레스 가득하게 보낼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집을 결정할 때는 월세나 평면도만 보고 결정하지 말고, 부동산이나 집 주인에게 의뢰해 실제로 집을 보러 가도록 합시다.
6.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일본인은 어떻게 무더위와 강추위를 참고 견딜까…?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습니다. 아예 계속 덥거나, 춥기만 하면 집도 기온에 맞춰 통기성이 좋거나, 해가 잘 드는 따뜻한 집으로 구하면 되지만, 일본처럼 연교차가 심한 곳에서는 그것마저도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 주택에는 냉난방 겸용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에어컨에만 의지하기에는 전기세가 걱정이고, 월세가 저렴한 집은 아예 에어컨 자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선풍기를 많이 씁니다. 선풍기는 에어컨보다 전기세가 매우 저렴하게 나오고, 또한 선풍기에 아이스팩을 붙이면 나름의 냉풍도 느낄 수 있어 일본 가정에서는 절약을 위해 선풍기를 자주 사용합니다. 겨울에는 ‘코타츠’를 추천합니다. 코타츠는 테이블 아래에 히터를 장착하고, 테이블에는 이불을 덮어씌워 따뜻한 공기를 이불 안에 가두는 방식의 난방 기구입니다. 코타츠 역시 에어컨보다 전기세가 저렴하게 나오지만, 공간을 꽤 차지합니다. 작은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깔고 덮기만 해도 코타츠처럼 따뜻해지니, 공간이 협소한 경우에는 이 방법도 한 번 사용해 보세요!
7.인터폰 너머에 모르는 남자가…! 갑자기 방문하는 NHK의 존재는 무엇일까?
한국에도 약속 없이 불쑥 찾아오는 방문판매원이 있지만, 일본에는 상품 판매 외에도 텔레비전 수신료 징수를 위해 각 가정을 방문하는 조직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바로 일본 방송 협회(이하 NHK)입니다. NHK는 법률에 의거하여 일본 공영 방송을 실시하는 특수법인입니다. 기본적으로 NHK의 방송은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환경의 모든 가정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일본 법률상 NHK의 방송을 보지 않더라도,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으면 국적을 불문하고 NHK와 수신 계약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약을 하지 않아도 이에 대한 벌금 규정이 없어, NHK는 각 가정을 방문해 수신계약과 수신료 징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위험 의식이 높아져, 앞서 언급한 방문판매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초인종을 누른다면, NHK일 확률이 높습니다.
수신료는 지상 계약(지상파 방송)의 경우 2개월에 2,520엔, 6개월에 7,190엔, 12개월에 13,990엔이고, 위성 계약(위성방송, 지상 계약 포함)일 경우에는 2개월에 4460엔, 6개월에 12730엔, 12개월에 24770엔입니다. 예외적으로 외교관과 영사관은 국제 관례상(국제 사회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텔레비전 설치 장소가 공관이든 자택이든 상관없이 수신계약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8.쓰레기 배출에 주의! 번거롭고 복잡한 쓰레기, 배출방법과 엄격한 분리 규칙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많은 규칙과 암묵적인 약속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깨나 복잡한 것이 쓰레기 분리 방법입니다. 지역에 따라 ‘타는 쓰레기’, ‘타지 않는 쓰레기’, ‘캔과 병’, ‘플라스틱’, ‘신문과 잡지’ 등 분리 방법이 상이하고 세세하게 규칙화되어있어 일본인들도 자주 혼란스러워합니다.
쓰레기 배출에도 주의가 필요한데, 일본에는 지정된 쓰레기 봉지를 사용하도록 의무화 한 지역이 많아서 그 지역에서 지정한 쓰레기 봉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수거해 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한, 요일별로 수거해 가는 쓰레기의 종류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쓰레기가 쌓이면 자유롭게 밖에 내놓는 방식이 아닌, 정해진 요일에 지정된 종류의 쓰레기를 내놓아야 합니다. 지정된 요일 외에 쓰레기를 버리면 일본에서는 비매너적인 행동으로 치부됩니다.
9.애완동물 금지? 도쿄나 오사카에서 거주하고 싶다면 특히 주의할 것!
일본에도 실내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적지는 않지만, 일본의 건물 임대 시장에는 ‘애완동물 불가’ 물건이 꽤 많습니다.
애완동물의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이나, 배설물 등 냄새 때문에 발생하는 주민 간의 트러블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많은 집들이 ‘애완동물 불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과 오사카 등 대도시에 특히 ‘애완동물 불가’ 물건이 많으므로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다면, ‘애완동물 가능’ 물건을 찾아야 합니다.
10.퇴거 시에는 거액을 청구 받는 일도 다수! 방은 꼭 깨끗하게 사용합시다.
일본에서는 퇴거 시, 지금껏 생활하며 생긴 흠이나 고장 난 곳을 수리하는 등 다음 사람을 위해 방을 깨끗하게 정돈하기 위한 비용으로 유지비(청소비)을 청구하기도 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입주 시 지불한 ‘시키킹’에서 실비를 제한 후 돌려주지만, 집을 너무 지저분하게 사용해 수리 등에 거액의 비용이 들어 시키킹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청구 받습니다. 그러므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집을 깨끗이 사용합니다.
도쿄도에서는 도쿄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대 계약 시 중요한 사항을 알기 쉽게 설명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 있으니,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규칙과 매너를 중요시하는 일본에는 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독자적인 문화도 많아서, 일본에서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규칙들은 전부, 주민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함입니다. 또한, 외국인도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법 정비가 매년 조금씩 진행되고 있으니,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본에서 좋은 거주지를 찾아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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