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일 관계와는 달리, 일본에서의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인 청년들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지 일본 기업이 바라보는 한국인 노동자의 이미지도 매우 좋은 편인데요. 이번에는 일본 취업 시장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일본 취업 활동 시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갖는 장점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취업 시장의 허와 실
일본의 취업 시장은 정말 호황기일까?
한국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은 한 두해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1년 5월 지표를 살펴보면 한국의 완전실업률(일할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지 못하는 실업자의 비율)은 3.7%에 달하는데, 그중에서도 20대~30대 초반의 청년 취업률만 따지면 10%를 넘어서는 등, 현재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경기 침체는 예상한 바지만, 코로나 창궐 전인 2019년에도 청년층 취업률이 10%를 웃돌았으니 코로나19가 변명이 될 수는 없을듯합니다. 이렇듯 한국의 고용 시장은 지금 한파와 빙하기를 넘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한국의 현실과 비교 지표로써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일본의 취업 시장 현황입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일본은 ‘일자리가 넘쳐난다’, ‘일본 청년들은 회사를 골라서 들어간다’ 등의 다양한 소문이 있었으며, 취업 시장 암흑기를 걷는 한국 청년들이 취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나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취업 시장은 정말 호황기를 맞이했을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본 취업 시장의 현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 취업 시장에 대한 소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취업 현황에 대해 실업률과 더불어 ‘유효 구인배율(有効求人倍率, 구직자 대비 구인 수)’이라는 지표로 상황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은 코로나 창궐 전인 *2020년 1월 일본 취업 시장 현황 지표입니다.
- 2020년 1월 실업률: 약 2.4% (같은 기간 한국의 완전 실업률: 3.8%)
- 2020년 1월 유효 구인배율: 약 1.5%
2020년 1월 실업률만 봐도, 같은 기간 한국의 실업률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유효 구인 배율을 확인해 보면 1.5%, 즉 구직자 1인당 일자리가 1.5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수치로만 따지면 ‘일본에서는 직장을 골라갈 수 있다’라는 소문이 증명된 듯합니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요.
어느 나라에서든 마찬가지로 일본 청년들도 힘든 일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고 편한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또, 기왕 일할 것이라면 블랙 기업이나 대우가 나쁜 기업보다는 좋은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요. 게다가 많은 일본 기업은 일본 젊은이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흔히 말하는 ‘좋은 자리’는 일본 내에서도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특출난 능력이나 내세울 만한 경험이 없으면 외국인은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출처: 일본 경제신문
코로나19가 불어온 바람, 11년 만의 고용 한파
그런 데다가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견고할 것만 같았던 일본 취업 호황의 장벽도 무너져 버렸습니다.
다음은 코로나 창궐 후인 *2021년 1월의 일본 취업 시장 현황 지표입니다.
- 2021년 1월 실업률: 약 2.9% (동기간 한국의 완전 실업률: 4.6%)
- 2021년 1월 유효 구인배율: 약 1.1%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기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일자리도 급감하였습니다. 1980년대 거품 경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일본의 유효 구인배율은 지난해(2020년) 1.5%에서 1.1%로 떨어졌고, 실업률 역시 전년대비 0.5%나 오른 2.9%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취업 시장은 한국보다 양호한 편입니다. 구직자 1인당 구인 건수는 1.1개로, 수치로만 봤을 때는 경쟁률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고, 또 한국에 비하면 이 정도 실업률은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 청년들은 자꾸 일본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일본 경제신문
일본 취업 시장에서 한국인은 유리할까?
일본의 취업 호황기는 모두 ‘고령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현재 노동 인구 부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에 일본 정부는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화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각국의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2019년 12월, 한 기관에서 실시한 ‘외국인 유학생/고도 외국인 인재 채용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채용에 중점을 두는 외국인 인재의 출신 국가 순위에 한국이 동남아시아와 중국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동남아시아는 지역 이름이니 굳이 따지자면 한국이 중국 다음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일본에서 취업한 한국인들은 어떤 강점을 가졌길래 일본 취업 시장에서 이렇게 잘 살아남았을까요?
1. 일본어와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이 좋다
한국인에게 일본어는 입문하기 좋은 외국어의 하나입니다.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고,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동일한 한자권 나라라서 단어나 표현도 비슷한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는 대부분의 한국인 학습자는 다른 언어권 사람들보다 일본어를 금방 익히고, 일본어 회화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단기간에 JLPT N1을 취득했다는 사람들의 경험담도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한국 학생들은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시작할 정도로 학구열이 대단합니다. 중고등학생 때는 제2외국어를 배우고, 대학교에 와서는 본격적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합니다. 한국 취업 활동에 필수인 토익 800점 이상의 고득점은 이제 기본입니다. 워낙 경쟁 사회 속에 살다 보니 무뎌진 탓인지 본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취활을 위해 열심히 스펙을 쌓아둔 것들이 일본에서는 꽤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젊은 층 중에는 토익 700점을 넘는 고득점자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의 8~900점짜리 토익 점수는 일본 기업의 서류 심사에서 큰 메리트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일본 기업에게 한국인은 ‘어학 능력이 좋다’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다른 언어권과 비교했을 때, 일본어 회화 능력이 출중하고, 덤으로 영어 능력(물론 회화 능력은 별개지만, 보이는 점수가 높으므로)도 있으니 같은 외국인 지원자라면 한국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일본 기업 취업 시 필요한 일본어 레벨이 궁금하신 분들은 ‘일본에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의 일본어 레벨이 필요할까요?‘ 기사를 확인해 보세요!
2. 업무 능력이 높고 태도가 좋다
일본 기업 문화는 ‘인재를 육성한다’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신입 사원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자기 몫을 해낼 때까지는 선배가 옆에서 세세히 가르쳐 주는 기업 문화가 깊게 박혀있습니다. 또한, 이미 어느 정도 연차가 지난 사원들도 개별적으로 자기계발을 하기보다는 회사 내에서 스펙을 쌓자는 생각이 강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회사 업무에 필요한 것이 아니면 자기계발을 하는 일본 직장인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닙니다.
취업난의 폐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국은 신입에게도 상당한 스펙을 요구하는 나라입니다. 한국 신입 사원들은 컴퓨터 문서작성 기술은 물론, 각종 자격증까지 섭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에 투입되었을 때 익숙해질 때까지 얼마 걸리지 않고 또 바로 자기 몫을 해냅니다. 물론, 한국의 많은 기업들도 하나씩 알려주기보다는 사원에게 바로 업무가 가능하기를 기대합니다. 때문에 한국 직장인들은 보통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적극적으로 탐구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또, 한 회사에 오래 있기보다는 실력을 키우고 열심히 공부하여 더 나은 회사에 가려는 마인드가 강한 편이라서 늘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 기업은 이러한 한국 사람들의 높은 업무 능력과 적극적인 태도를 높게 평가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해줄 능력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한국 사람들이 그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업은 ‘오래 일할 사람’을 원하므로, 만약 일본 기업의 면접 기회가 생겼다거나 일본 기업에서 근무하게 될 경우에는 ‘이직’을 내비치는 언행은 절대 삼가야 합니다.
문화적인 이해도가 뛰어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서 예로부터 많은 문화를 공유해 왔습니다. 물론, 문화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유럽이나 구미 등, 다른 문화권의 외국인들과 비교하자면 비슷한 문화가 많습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선후배 문화나, 분위기를 읽는(空気を読む) 눈칫밥 문화, 존댓말과 경어 사용 및 예절 중시 문화 등, 기업이 환영할 만한 비슷한 문화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 방식이나 매너, 기본적인 사풍과 관련하여 다른 사원과의 트러블이 적고 커뮤니케이션하기도 수월해서 함께 일하기가 쉽다는 인식이 있으며, 같은 외국인 지원자라면 한국 사람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일본 특유의 기업문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입사 전 필독! 일본에서 근무할 때 알아두어야 할 10가지 기업문화와 매너‘ 기사를 확인해 보세요!
마무리하며
앞서 소개한 언어 능력, 업무 능력과 태도, 문화적 이해 등의 요소는 사실 일본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외국인이 그 나라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요소’에 불과합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위의 요소를 다 갖춘 것도 아니며,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위의 요소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또, 일본어를 잘한다고 해서 혹은 업무 능력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일본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항목 모두를 골고루 밸런스 있게 갖춰야 원하는 회사에 채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즉, 뭐든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입니다.
이번 기사를 잘 참고하셔서 일본 취업 시장에서 현재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시고,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다면 일본 취업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의 취업 활동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을 찾기 위한 7가지 방법‘ 기사를 확인해 보세요!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