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working)을 하며 휴가(holiday)도 즐길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비자! 특히 일본은 한국인들의 최애 워홀 국가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일본 워홀러 중에는 ‘워홀 비자로 일본에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이번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서 취업한 사람들의 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사 내용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개인의 상황과 성향,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란?
1999년 4월부터 시작된 워킹홀리데이 제도는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관계를 구축한다는 취지 하에, 대상자들에게 일본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장 1년간 일본 체제를 인정하는 비자입니다. 1인 1회에 한해서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이는 워홀 비자를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일본 워홀 준비를 위한 모든 것!‘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2021년 1월 14일부터 일본의 긴급사태 해제 선언이 나올 때까지, 워킹홀리데이 사증의 접수 및 발급이 일시 중지됩니다. 신청 접수 및 발급 재개에 대해서는 주 대한민국 일본 대사관 홈페이지를 확인해 주세요. (2021년 5월 17일 현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주요 목적은 ‘여행’입니다. 즉, 아르바이트 등의 취업은 여행 자금을 벌기 위한 부수적인 활동으로서만 인정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에는 워홀 비자로 취업에 성공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필자 역시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워홀 비자로 일본에 왔다가 취업한 케이스입니다.
– 워홀 비자로 취업 희망 시,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것
워홀 비자로 일본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서 취업 비자로 변경해 계속 일하고 싶다면, 일본 취업 비자 취득을 위한 기본 요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참고로, 일본 취업 비자의 기본 요건 중 하나는 전문대 졸업 이상입니다. 가령 한국에서 대학교를 휴학하고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왔다가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최종 학력이 고졸이라면 취업 비자를 취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다만, 관련 직종에서의 경력이 10년 이상이라면 고졸이라도 비자 허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공과의 관련성 등, 비자 변경에 필요한 조건이 있으니 취업 활동 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워홀 비자로 취업, 가능하지만 난점도 있다?
워홀 비자로 일본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고 해서 이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됩니다. 일본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채용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일본 기업에서는 신졸 채용 제도를 통해 ‘신입 사원’을 뽑습니다. 채용 시기가 정해져 있고 대부분 일본 학교 졸업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취업 경험 없이 이제 막 한국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건너온 워홀러에게 ‘신입’으로 일본 기업에 입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습니다.
한국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난관은 있습니다. 일본 기업이 ‘일본에서의 취업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일본 회사를 경험해 본 경력자와 일하는 편이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편리하고, 또 한국은 가까운 나라지만 어찌 됐든 일본과의 문화적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본 문화에 익숙한 ‘일본 취업 경험자’를 택하는 것입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 취업, 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 취업 준비생이라면, 워홀 비자로 일본에서 생활을 하며 취업 활동을 하는 편이 한국에서 보다 내정 받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그럼 지금 일본에서 회사 생활을 하며 지내는 전직 워홀러들은 어떻게 일본 취업 뽀개기에 성공했을까요?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추려보면 다음 세 가지와 같습니다.
– 해외 취업 지원 기관을 이용
한국의 고용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청년들의 해외 일자리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K-MOVE입니다. K-MOVE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해외를 움직인다’는 뜻으로,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교육 및 상담, 알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K-MOVE 사업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지원을 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이를 이용해 해외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정말 많이 생겼습니다. 인터넷 창에 ‘해외 취업’, ‘일본 취업’ 등의 검색만 해 봐도 수많은 기관이 쏟아져 나오니, 말 그대로 필요에 따라 입맛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듯 해외 취업을 지원하는 기관을 이용하면 출국하기 전 한국에서 미리 취업처(혹은 아르바이트)를 정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거주할 곳(기숙사 등)도 마련되기 때문에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안심하고 일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일본의 IT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과 기술자의 사정은 그나마 좋은 편이지만, 문제는 문과계열입니다. 실무 경험이 있다면 마케팅 등, 일반 사무직도 종종 오퍼가 납니다만, 여전히 문과 계열 일자리는 사무직보다는 호텔, 료칸, 면세점 판매 등의 서비스직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게다가 보통 소개받는 곳도 수도권이 아닌 시골에 위치할 확률이 높습니다.
K-MOVE 세대는 아니지만, 저도 정부의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의 혜택으로 출국 전 민간 기관에서 일본어 학습 및 취업 알선을 받아 시즈오카현의 료칸 취업을 명목으로 일본에 입국했습니다. 본래 사무직을 희망했지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서비스 업계만 소개받았고, 그나마 프런트 업무 담당으로 합의 보고 입사를 했는데 당일 일방적으로 손님 안내, 식당 업무, 객실 청소 등 잡무 담당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렇듯, 한국에서 취업처를 결정하고 가면 초기 정착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지만 취업 가능 업계의 선택지가 많지 않고, 입사 전후의 괴리가 있을 수 있으니 잘 알아봐야 합니다.
–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사원으로 전환
일본 워홀러의 상당수는 카페나 편의점, 옷 가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데, 만약 워홀의 가장 큰 목적이 일본 취업이라면, 처음부터 서비스 업계가 아닌 일반 기업에서 사무 등의 알바를 시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상황이나 조건이 회사와 맞아떨어져 정사원(혹은 계약 사원) 전환이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원이 발생했을 때, 새로 직원을 뽑는 것보다 이미 회사 분위기와 업무 내용에 익숙한 아르바이트를 정사원으로 전환 시키는 편이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회사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면 서비스 업계보다 편한 환경에서 근무를 할 수 있고 급여도 좋은 편이며, 무엇보다 일본 비즈니스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사원 전환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 취업을 희망한다면 입사 전 미리 인사부와 상의를 하고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꼭 정직원 전환이 되지 않더라도 ‘일본에 있는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자 경력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본 취업 활동에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일단 한국계 기업에서 경력 쌓기
필자의 경우, 나름의 꿈을 안고 일본에 왔는데 시골 료칸에만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현타가 와서, 결국 4개월 만에 료칸을 그만두고 도쿄에 상경했습니다. 그때 입사한 곳이 바로 한국계 기업이었습니다.
일본에는 정말 다양한 한국계 기업이 존재합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일본 지사도 많고, 일본에서 회사를 설립한 한국인의 기업, 일명 한인 회사도 많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주로 한국과 관련된 업무가 많기 때문에 한국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편입니다. 신졸이 아닌 이상 일본 기업은 보통 실무 경험자를 선호하지만, 일본에 있는 한국계/한인 기업은 특출난 경험이 없어도 ‘한국어’ 하나만 보고, 혹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직원을 뽑기도 합니다. 또, 일본어 허들도 일본 기업에 비하면 낮은 편입니다. 그러니, 일본 기업에 입사하고 싶지만 벽이 너무 높다 생각되면 한국계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일본어 실력을 늘리는 등, 이렇게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저는 후자로 입사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에게는 주일 한국 기업보다 한인 기업 쪽이 들어가기가 더 쉬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계 기업에는 거의 없지만 한인 기업 중에서는 사대보험에 들지 않거나 무리한 야근 강요 및 서비스 야근 등, 기본적인 복리후생조차 갖춰지지 않은 회사도 생각 외로 대단히 많습니다. 당시 사회 경험이 전무했던 필자는 잘 모르고 사대보험을 들지 않는 한인 회사에 입사했다가 몇 년간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도 일본 취업 경력이 인정되어 안정된 일본 기업으로 이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 구직자 중에는 워홀 후에도 계속 일본에 머물기 위해 대충 아무 회사(특히 한인 회사)에 입사하여 비자만 받고 바로 전직하거나 전직 활동을 위해 그만두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자만 받고 그만두는 행동이 계속되면 이직 타이밍을 근거로 채용이 거부되거나, 채용이 되어도 다음 비자 갱신 때 불허가 나오는 등, 결국 본인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의 대우 문제나 개인적 사유 등 각자 사정은 있겠지만, 가능하면 비자를 받고 바로 그만두는 등의 매너 없는 행동은 지양하도록 합시다.
마무리하며
일본 취업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를 워킹홀리데이. 워홀 비자로 일본 취업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목표 없는 배는 좌초되기 십상이지요. 워홀을 떠나오기 전, 미리 어떤 업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한 목표를 두고 취업 활동에 임하신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