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예부터 도자기로 된 식기나 화분, 장식물 등을 사용해 왔습니다. 현재 일본의 도자기는 일류 예술품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의 도자기를 더 알리기 위해 도자기의 역사와 일본 각지의 유명한 도자기를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본 도자기의 기원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도자기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1만 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과거입니다. 일본 최초의 도자기는 조몬 토기(縄文土器)라고 불리는 짙은 갈색의 토기입니다. ‘조(縄)’는 새끼줄을 의미하며, 새끼줄 매듭과 같은 모양이 토기 표면에 새겨진 것이 특징입니다. 조몬 토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자기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후 한반도의 영향을 받아 적갈색을 띠는 야요이 토기(弥生土器), 회색을 띠는 스에 토기(須恵器) 등 다양한 도자기가 탄생했습니다.
현재는 다채로운 색의 그림이나 무늬를 그려 다시 구워내는 에쓰케(絵付け) 기법을 가미한 도자기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일본 각지의 전통적인 도자기를 지역 별로 소개 드립니다.
간토 지역을 대표하는 도자기들
가사마야키, 이바라키현(笠間焼, 茨城県)
이바라키현의 가사마시에서 제작되는 가사마야키는 간토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도자기입니다. 에도시대 중기(1772년~1781년)에 가사마번(번은 높은 신분의 무사에게 주어지는 영지를 뜻함)의 가사마무라(현재의 가사마시)를 다스리던 구노 한우에몬(久野半右衛門)이 시가현을 대표하는 도자기인 시가라키야키(信楽焼)의 장인으로부터 지도를 받아 가사마야키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한 가사마시는 도자기를 만들기에 적합한 양질의 점토가 풍부한 데다 채굴하기도 쉽다는 점도 도자기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본 각지에서 생산되는 대다수의 도자기는 유약이라고 하는 투명한 유리질 막으로 코팅되는데 반해, 가사마야키에는 다갈색의 가키유우(柿釉)나 보라색의 아오유우(青釉) 등이 사용됩니다.
*시가라키야키(信楽焼) 등 지역 명 뒤에 붙는 焼는 도자기를 지칭하며, 이 기사에서는 도자기를 모두 야키로 표현합니다.
마시코야키, 도치기현(益子焼, 栃木県)
도치기현 마시코초에서 생산되는 마시코야키는 에도시대 말기(1853년 경)에 생산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가사마야키의 생산지인 가사마에서 도예 기술을 배운 오오쓰카 게이자부로(大塚啓三郎)가 이곳에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마시코 마을의 점토는 거칠고 기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가공이 어려워 두꺼운 도자기를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두께 때문에 오히려 다른 도자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미가 있는 매력적인 질감이 만들어집니다.
현재 마시코초에는 250곳이나 되는 도자기 가마가 있으며, 해외의 도예가들도 방문할 정도입니다.
주부지역을 대표하는 도자기들
미노야키, 기후현(美濃焼, 岐阜県)
미노야키의 생산지인 기후현은 일본 도자기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 유수의 도자기 생산지입니다.
(*도자기: 흙이나 돌을 성형해서 구워낸 그릇)
미노야키는 나라 시대(710~794년)에 등장한 스에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도자기와는 달리 정해진 양식이 없어서 다양한 디자인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밥 위에 반찬을 올려 먹는 음식인 덮밥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미노야키의 돈부리(덮밥 요리에 사용되는 그릇)를 애용합니다.
구타니야키, 이시카와현(九谷焼, 石川県)
이시카와현 노비시에서 생산되는 구타니야키는 에도 시대 초기(1655년 경)에 원료인 도석이 발견되면서 생산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유약을 바른 뒤에 다양한 색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려 넣는 ‘우와에쓰키(上絵付け)’라는 기법을 사용해서 제작합니다. 다채로운 색의 아름다움으로 현재는 전통 미술 공예품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간사이지역을 대표하는 도자기들
단파야키·단파타치쿠이야키, 효고현(丹波焼・丹波立杭焼, 兵庫県)
효고현 사사야마시에서 생산되는 단파야키·단파타치쿠이야키는 헤이안 시대 후기에서 가마쿠라 시대 초기인 1094년~122년 사이에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단파야키는 서민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었습니다. 현재는 생활 용기와 원예용품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약 1,300℃의 고온에서 50~70시간 굽는 동안 그릇 위에 쌓인 재가 원료인 점토에 포함된 철분과 융합해서 도자기에 독특한 색상과 무늬가 입혀집니다.
반코야키, 미에현(萬古焼, 三重県)
미에현 욧카시(四日市)에서 생산되는 반코야키는 에도 시대 중기(1736~1741년)에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료로 사용되는 흙에 리튬 성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리튬은 내열성이 뛰어나 차를 넣어 부어내는 용기인 주전자 모양의 사기그릇이나 뚝배기를 만드는데 적합합니다. 특히 반코야키에서 만드는 뚝배기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80~90%에 달해서 일본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야키·교미즈야키, 교토부(京焼・清水焼, 京都府)
교토부 교토시에서 생산되는 교야키·교미즈야키는 에도 시대 초기(1603~1680년)에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니와지(仁和寺)의 문 앞에 도자기 가마를 처음으로 만든 도공인 노노무라 닌세이(野々村仁清)가 채색화를 이용해 만든 도자기가 기원이라고 합니다.
재료나 기법에 대한 규정은 없으며,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레인 로쿠로를 쓸 때나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유일한 공통점입니다. 화려한 색상과 그릇 하나하나가 저마다 모양이 절묘하게 다른 점이야말로 교야키·교미즈야키의 매력입니다.
시가라키야키, 시가현(信楽焼, 滋賀県)
시가현 고카시(甲賀市)의 시가라키초에서 생산되는 시가라키야키는 13세기경에 등장했다고 전해집니다. 점성이 있는 양질의 점토를 사용하기 때문에 작은 그릇에서 커다란 그릇까지 다양한 도자기에 사용되어 현재에는 국회의사당의 지붕에도 사용됩니다.
시가라키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계기가 된 대표작을 꼽으라면 ‘시가라키 다누키(信楽たぬき)’일 것입니다. 쇼와 텐노가 시가라키를 방문했을 때 환영의 표시로 일장기를 든 수많은 너구리(다누키) 인형을 둔 것으로 시가라키 다누키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주코쿠 지역을 대표하는 도자기들
비젠야키, 오카야마현(備前焼, 岡山県)
오카야마현 비젠시에서 생산되는 비젠야키는 헤이안 시대(794~1192년)에 그릇과 접시 등 생활 용기를 생산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려 넣거나 유약을 바르지 않기 때문에 다른 도자기에 비해서 흙의 질감이 더 잘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도자기를 구울 때 가마의 상태에 따라 도자기 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도자기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1,200도 이상의 가마에서 약 2시간에 걸쳐 구워내기 때문에 ‘던져도 깨지지 않는 도자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단합니다.
하기야키, 야마구치현(萩焼, 山口県)
야마구치현 하기시에서 생산되는 하기야키는 1604년에 하기번의 번주였던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가 막부에 진상할 헌상품을 만들던 어용 가마를 만든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용되는 흙에 흡수성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하면 색에 변화가 생깁니다. 저온에서 오래 구워내기 때문에 도자기가 부드러운 느낌을 내는 것도 특징입니다.
규슈·오키나와 지역을 대표하는 도자기들
아리타카야키·이마리야키, 사가현(有田焼・伊万里焼, 佐賀県)
사가현 아리타초에서 생산되는 아리타야키는 약 400년 전에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인 도공이 도자기 생산을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고 합니다.
아리타야키는 이마리야키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다른 지역으로 아리타야키를 운반할 때 이마리 항구에서 선적하던 것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아리타야키・이마리야키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에쓰케, 絵付け)이 특징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도자기인 ‘마이센’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질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아름답게 그림을 그린 뒤 구워낸 도자기입니다.
하사미야키, 나가사키현(波佐見焼, 長崎県)
나가사키현 하사미초에서 생산되는 하사미야키는 아리타야키·이마리야키와 마찬가지로 약 400년 전에 당시 도자기 기술이 발달한 조선으로부터 높은 기술력을 지닌 도공들을 일본으로 연행해 온 것이 그 시초였다고 합니다.
117세기 중반에 중국에서 내전이 발생해서 중국의 도자기 수출이 중단됨에 따라, 그 대체품으로 하사미야키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각지로 수출되었습니다.
하사미야키의 특징은 백자에 아름다운 남색으로 그림을 그려 구워낸 섬세한 디자인입니다. 지금도 일상 식기로 널리 쓰입니다.
온타야키, 오이타현(小鹿田焼, 大分県)
오이타현 히타시에서 생산되는 온타야키는 후쿠오카현에서 생산되는 고이시와라야키(小石原焼)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합니다. 1705년 고이시와라야키의 도공을 오오쓰루무라(大鶴村, 현재 오이타현 히타시)로 초빙한 것이 생산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온타야키는 도료 등을 바를 때는 하케(刷毛)라는 솔과 나무의 표면을 깎을 때 쓰는 대패로 도자기 표면에 무늬를 넣거나, 혹은 스포이드에 담은 유약을 떨어뜨려서 무늬를 내는 등 도자기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야치문, 오키나와현(やちむん, 沖縄県)
오키나와현 요미타무라에서 생산되는 야치문은 1616년에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오키나와는 조선과 동남아시아와 활발히 무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에서 건너온 도공으로부터 기술을 배웠다고 합니다.
야치문의 특징은 오키나와를 상징하는 자연과 바다의 푸른색, 물고기 등, 다른 도자기에 비해 조금 색다른 무늬가 그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마무리하며
예부터 전해져 온 일본의 도자기는 현재도 전통 기술을 계승해 나가며 생산되고 있습니다. 방문하는 나라의 도자기를 통해 그곳의 역사적 배경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 외에도 일본 각지에는 옛날부터 소중하게 다뤄진 도자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동안 다양한 지역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지역에서 전해지는 도자기를 구입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