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으나, 일본은 비교적 그 진행이 느린 편입니다. 이번에는 일본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비닐로 개별 포장된 바나나. 폴리스티렌 박스 위의 스티로폼 충진재에 놓인 사과는 비닐 접착 필름으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차가운 음료수와 데운 도시락을 각각 비닐봉지에 개별 포장해 줍니다. 이렇듯 일본의 포장에 대한 집착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오히려 꼼꼼하게 포장되지 않은 음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본이 플라스틱 포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왜 일본에서는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걸까요?
플라스틱 포장재는 일본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68%를 차지합니다.
일본 환경성
직장 상사의 생일 파티에 간다고 생각해 보면, 생일 선물의 가격에 상관없이 선물용 포장을 해뒀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렇듯 ‘오모테나시(환대 혹은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의미함)’ 정신과 결부되는 일본의 선물 문화로 인해 소매 업체들은 모든 제품을 포장하기에 이르렀는데,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다는 이유로 포장재는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합니다.
게다가, 물건이 청결하고 안전하다는 확신과 함께 포장을 플라스틱으로 하면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일본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68%를 차지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일본의 플라스틱 폐기물
UN 환경 프로그램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국입니다. 일본은 2018년 9백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했으며, 이 중 약 150만 톤이 말레이시아나 베트남과 같은 개발 도상국으로 수출되었습니다. 세계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80 % 이상이 아시아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개발 도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부족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입니다.
UN 환경 프로그램
환경부의 연구에 따르면, 매년 최대 6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다로 배출되는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생물을 질식시키고, 또 대양의 일부 지역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였습니다.
매년 300억 개의 비닐봉지가 사용됩니다.
일본의 쇼핑객은 매년 300억 개의 비닐봉지를 사용하는데, 이는 일본 인구가 영국의 두 배인 것에 반해 비닐봉지는 영국인이 사용하는 것보다 17배 더 많이 쓴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슈퍼마켓에서 쓰이는 커다란 봉투만을 포함한 것입니다. 편의점에서 사용되는 작은 봉투까지 포함하면 인구 당 평균 450개의 비닐봉지를 사용합니다.
정부의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 7월 1일부터 슈퍼마켓, 편의점 및 백화점을 포함한 일본의 모든 소매점에서 비닐봉지에 요금을 부과하게 되었습니다. 맥도날드나 요시노야와 같은 일부 소매 업체는 25% 이상의 식물 추출 성분으로 만들어진 바이오 비닐봉지를 사용하여 요금 부과를 면제합니다.
매 초마다 740개의 플라스틱 병이 판매됩니다.
1인당 매년 약 183개의 플라스틱 병(페트병)을 구입하는데, 이를 일본 전체로 환산하면 연간 230억 병에 달하며, 이는 지구를 126바퀴 돌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일본의 페트병 재활용률은 2018년 기준 85%로 이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높은 재활용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해변과 인근 바다에는 페트병이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2016년의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나가사키현의 쓰시마 섬에서 수집된 페트병 중 23%는 일본에서 배출된 것이고, 나머지는 이웃 국가인 한국과 중국에서 배출된 것이었습니다.
일본은 정말 84%의 플라스틱 배출물을 재활용하고 있을까요?
일본은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84%에 달하는 재활용을 잘 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배출물 10개 중 8개가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데 쓰인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오산입니다. 종종 간과되거나 무시되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70%가량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태워진다는 것입니다. ‘열 재활용’은 플라스틱 배출물의 56%를 처리하여 전기를 생성하지만, 동시에 환경에 유해한 탄소 배출물을 만듭니다. 오직 23%의 플라스틱 배출물이 소재로 재활용되며, 4%만이 산업용 원료 형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에 사용됩니다.
일본에 있는 사람들은 매년 지구를 126바퀴 돌 수 있는 양의 플라스틱 병을 구매합니다.
일본은 과거 중국으로 플라스틱 배출물을 많이 보내던 국가 중 하나였지만, 2017년 중국이 플라스틱 배출물 수입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플라스틱 양이 점점 증가해, 일본 자체의 재활용 시스템은 점차 부하를 받게 되었습니다. 배출물 저장 시설도 포화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데, 이는 더 많은 폐기물들이 소각되거나 매립지에 보내져서 대기와 육지 및 바다에 오염을 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협적인 마이크로 비즈(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에 대해 들어 봤거나 사용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캐나다, 프랑스, 대만, 미국과 영국 등,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제품을 금지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각질 제거를 목적으로 치약 및 세안제와 같은 미용 및 위생 제품에 첨가되는 직경 5mm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입니다.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하수 처리장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해 그대로 강과 바다로 배출되기 때문에 해양 생물을 거쳐 먹이 사슬로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에는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규정이 없어서 이를 사용할지 말지는 개별 기업의 결정에 따른다는 점입니다. 카오나 시세이도와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아직 몇몇 기업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편의점 삼각김밥을 좋아합니다!
피자 맛 과자, 성게 맛 전병 그리고 매실주 맛 킷캣! 어떤 음식들은 포장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제조업체와 식품 공급 업체는 느리기는 하지만 플라스틱 포장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재활용 노력을 높이거나, 기존 비닐 포장재를 비 화석 연료로 대체하는 등 변화의 필요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2019년 7월, 세븐 일레븐은 사탕 수수에서 추출한 재료로 만든 식물성 대체재로 삼각김밥의 기존 비닐 포장을 대체했습니다. 연간 22억 개의 주먹밥에 대체재를 적용함으로써 약 260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하고 연간 403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입니다.
다른 편의점들도 플라스틱 배출 절감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패밀리마트는 기존의 냉면 용기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로손은 Machi Cafe의 차가운 음료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와 컵을 종이컵으로 교체하여 연간 약 1,830톤의 플라스틱 배출을 줄였습니다.
세이코 마트 역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현재, 화석 연료 자원으로 만든 봉지 대신 친환경 소재를 30% 이상 사용해 만든 봉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노력으로 재활용을 위해 사용한 계란 상자 수거(2019 년 38 톤 수거)와 야채 및 기타 반찬에 사용되는 비닐봉지 두께 감소(플라스틱 사용량 11% 감소)가 있습니다. 2019년에는 앞서 언급 한 킷캣이 비닐 대신 종이 포장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화를 시작합시다
일본에는 폐기물을 분리배출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있으며 높은 대중적 인식과 의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안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되었고, 플라스틱 배출물이 야기하는 위험과 오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포장 및 소비재가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로서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이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쇼핑백, 텀블러, 물병, 수저를 직접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일회용 비닐봉지와 수저에는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고, 무료 ‘마이미즈(mymizu) 앱을 사용하여 일본 전역에 무료 식수대를 찾아 이용하세요.
식물성 포장재를 사용하는 브랜드와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지향합시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을 지칭하는 폴리에틸렌(ポリエチレン), 폴리프로필렌(ポリプロピレン) 및 코폴리머(コポリマー) 표기에 주의하세요.
끝으로,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포장 제품을 이용할 경우에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다른 쓰레기와 깨끗이 잘 분리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여러 기사를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팁’을 자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Title image credit: tsukat / PIX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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