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일본 열도를 휩쓴 신조어·유행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2020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한 해 일본 사회를 뒤흔든 유행어와 신조어에는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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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및 사회학자들은 흔히, 당대의 신조어나 유행어 속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사회적 양상과 특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올해, 전세난을 반영한 ‘영끌’이라는 단어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턱스크, 집콕족, 확찐자와 같은 신조어가 많이 생겨났는데요. 일본은 경우는 어떨까요? 이번에는 일본의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2020년 일본 열도를 휩쓴 신조어와 유행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ユーキャン新語・流行語大賞)이란?

지난 12월 1일,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이 발표되었습니다.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이란 지난 1년 동안 새로 생긴 다양한 ‘말’ 중에서 경묘하게 세태를 꼬집거나, 사회 양상을 반영한 표현과 뉘앙스로 대중의 화제에 오른 신조어·유행어를 고르는 것과 동시에, 그 ‘말’과 깊게 연관된 인물 및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賞)입니다. 1984년에 창시된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은 일본 출판사 자유 국민사(自由国民社)가 출간하는 ‘현대 용어 기초 지식’의 독자 앙케트를 참고하여 11월에 후보를 발표하고, 12월 상순에 대상 및 톱10을 발표·표창합니다.

그럼, 올해로 37회째를 맞이한 2020년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을 확인해 봅시다.

2020년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 3밀(3密)

2020년 일본 사회를 사로잡은 신조어·유행어 영예 대상은 바로… 밀폐, 밀집, 밀접을 대표하는 ‘3밀’이 차지했습니다! 본래 3밀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초기, 바이러스의 감염 방지를 위해 후생노동성이 일본 국민에 호소한 신개념, 신생활 양식으로, 처음에는 사실 일본 사회에서 그다지 자주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3월, 예상외의 곳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일본 전역, 특히 도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는데,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지사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다급하게 ‘密です(미쯔데스, 밀입니다)’를 연달아 세 번 외쳤습니다. 이 모습이 보도된 후, 인터넷상에서는 ‘3밀’이라는 단어와 ‘미쯔데스’가 매우 큰 화제가 되어 트위터에는 이 발언을 소재로 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유튜브에는 각종 패러디 영상이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관련 게임도 등장했다고 하니,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대단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3밀’을 일본 전역에 널리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도쿄도 코이케 지사는 ‘코로나로 일상이 크게 변화한 가운데, 3밀이란 단어가 국민 모두에게 인상 깊게 남은 것이 아닐까’라고 말하며 ‘밀(密)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져 코로나 대책이 잘 지켜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3밀을 잘 지켜가면서 계속 협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2020년 유캔 신조어·유행어 톱 10

2020년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큰 탓에, 대상도 코로나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수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외에 일본 사회에서 올 한해 자주 사용된 단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부터 2020년 유캔 신조어·유행어 톱10(대상 ‘3밀’ 제외 9개)에 선정된 단어를 살펴보겠습니다.

(1) 사랑의 불시착(愛の不時着)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놀랍게도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 신조어·유행어 톱 10에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공개된 ‘사랑의 불시착’은 남북 관계를 남녀의 사랑으로 치환한 참신한 소재와 매력적인 극중 캐릭터,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바탕으로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 유명 연예인들도 너도나도 사랑의 불시착에 빠졌다고 공언하기까지 이르렀는데, 지상파에서 방영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입소문에 힘입어 넷플릭스에서 1년 내내 상위권을 차지하며 2020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정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연일 ‘사랑의 불시착’ 인기 비결에 대해 다루기도 하고, 일본에서 맨 처음 한류열풍을 일으킨 겨울연가에 견주며 남자 주인공 현빈 씨를 제2의 욘사마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

이전에는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사랑의 불시착으로 인해 한국 드라마에 ‘입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니,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 모동숲 (あつ森, あつまれ どうぶつの森 모여봐요 동물의 숲)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힐링 게임으로 크게 주목받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은 자국 일본에서도 큰 화제였습니다.

원래 게임 자체도 인기가 있는 편이었지만, 2020년 4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로 인해 일본 내 긴급 사태 선언(외출 자제령)이 내려지면서 일본 국민들은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고, 이는 모동숲의 수요가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동숲은 별도의 목표 없이 소소하게 낚시, 집 꾸미기 등의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게임 내 캐릭터인 동물들과 대화하며 교감하는 캐주얼 장르 게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출마저도 마음 편히 할 수 없는 요즘, ‘아무것도 없으니까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같이, 0부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고, 게임 속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힐링을 안겨준 듯합니다.

(3) 아베노마스크 (アベノマスク)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이름과 마스크의 합성어인 ‘아베노마스크’ 역시 2020년 일본 열도를 휩쓴 신조어·유행어 대열에 올랐습니다.

2020년 4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며 일본 정부(당시 아베 총리)는 천 마스크 전국 배포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인원과 상관없이 가구당 2장씩이라는 터무니없는 제한과 한시가 급한 시점에 배포까지 몇 달이 소요되면서 이 사업은 전 국민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마스크에서 곰팡이와 벌레 등의 이물질이 발견된 것은 물론, 사이즈가 작고 불량까지 속출하면서 결국 아베 정부에서 배포한 이 마스크는 ‘아베노마스크’라고 불리며 많은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4) 아마비에 (アマビエ)

일본 후생노동성

아마비에는 역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전해지는 일본 전설의 반인반어(半人半魚) 요괴로,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아마비에의 모습을 그려 모두에게 보여주면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는 이 전설이 일본 SNS상에 널리 확산되었고, 이로 인해 #아마비에 #아마비에챌린지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비에 그리기 챌린지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또한, 잡화, 문구, 서적 등, 관련 상품도 3천여개의 관련 상품이 제작, 판매되었으며 역병 퇴치의 염원을 담은 아마비에 부적을 판매하는 신사, 사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한때 일본 사회에서는 아마비에 붐이 일었습니다.

(5) 온라인 ○○ (オンライン○○)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들이 온라인화되었는데, 이에 따라 온라인 수업, 온라인 회의, 온라인 회식, 온라인 면접 등, ‘온라인 ○○’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가급적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고 ‘비대면 대응’을 하기 위함인데요. 비슷한 이유로 한국에서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는 어떤 면에서는 편하지만, 온라인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과 실제 만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는 ‘온라인 ○○’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만큼 효율적이고 획기적인 방법은 또 없다는 점에서 그 평가와 시선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6) 귀멸의 칼날 (鬼滅の刃)

고토게 고요하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올해 큰 사랑을 받으며 톱1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상영 중인 영화는 벌써 200억엔의 흥행 수입을 돌파했고, 단행본도 시리즈 누계 1억부를 돌파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래 원작 자체도 인기가 있었지만, 세련되고 생동감 넘치는 영상과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등장인물 그리고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의 세계관으로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은 남녀노소 모든 팬층을 더욱 사로잡았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처럼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귀멸염색(鬼滅カラー)도 인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스가 총리가 국회에서 귀멸의 칼날 대사를 인용해 ‘전집중 호흡(全集中の呼吸)’으로 답변하겠다고 말해 또 한 번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7) 고투 캠페인 (GoToキャンペーン)

Rakuten Travel

고투 캠페인이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자 일본 정부에서 시행한 캠페인으로 트래블(여행), 잇(음식), 상점가, 이벤트가 그 대상입니다. 감염 방지책을 철저히 지키면서 경제 활동을 펼치자는 의도인 것이지요.

일각에서는 고투 캠페인으로 인해 침체된 소비가 살아났다는 평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고투 캠페인으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었다고 비판합니다. 일본 국민 역시, ‘정부가 지원해 주는데 활용하지 않으면 손해다’라는 의견과, ‘그래도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릴 정도로 평가는 상이합니다.

그러나 고투 캠페인의 결과가 어찌 됐든, ‘고투’를 인용해 다양한 캠페인 슬로건을 내거는 업체도 등장할 정도로 고투 ○○는 다양한 패러디를 낳고, 일본 사회에서 올 한해 널리 사용되는 신조어가 되었습니다.

(8) 솔로캠핑 (ソロキャンプ)

일본에서도 몇 년 전부터 소소한 힐링으로써 캠핑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나 홀로 캠핑을 즐기는 솔로캠핑(ソロキャンプ, 소로캼프)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생활 방식이 일반화되었다는 점도 한몫했겠지만, 어찌 됐든 이것을 계기로 잠시 동안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며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자 하는 일본 사람들의 심정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9) 후와짱 (フワちゃん)

유튜브 フワちゃんTV, 보시는 바와 같이 구독자수는 75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본래, 코로나 이전부터 후와짱은 밝고 긍정적인 유튜버로 유명했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사회도 전체적으로 우울감에 빠졌는데, 이런 침울한 사회에 후와짱의 밝고 건강한 매력은 하나의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재 후와짱 TV의 구독자는 75만명을 넘어섰고, 후와짱은 상반기에만 100개가 넘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지금은 텔레비전을 틀면 어느 곳에서나 나오는 인기 연예인이 되었습니다.

후와짱은 어찌 보면 매우 직설적이고 자유로운 언행의 소유자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그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일본 사회는 튀는 행동이 금기시될 정도로 개성이 매우 억눌린 ‘눈치 보는 사회’입니다. 이런 일본에서 본능에 충실하며 100프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후와짱의 캐릭터는 일본 국민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 외에도 많이 쓰인 말

2020년 신조어·유행어 톱10에 선정된 말 외에 또 어떤 단어들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을까요?

출처: NHK 뉴스7′

톱10을 차지한 단어를 제하더라도 올해 신조어·유행어 후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ソーシャルディスタンス), 새로운 생활 양식(新しい生活様式), 뉴노멀(ニューノーマル), PCR 검사(PCR検査) 등,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단어들이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재택근무를 의미하는 텔레워크(テレワーク), 일을 뜻하는 영어 WORK와 휴식을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 워케이션(ワーケーション), 한국의 신조어 ‘집콕’에 해당하는 오우치지캉(おうち時間), 화상 미팅 앱 ZOOM에서의 화면발을 뜻하는 신조어 줌바에(ZOOM映え) 등,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행하게 된 단어 역시 대다수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런 와중에, 톱10에 선정된 사랑의 불시착과 더불어 제 4차 한류 붐(第4次韓流ブーム), NiZiU(니쥬)와 같이 한국과 관련된 단어도 당당히 후보에 들었습니다. 올해, 코로나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일본에서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는데, 한국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증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류 붐도 함께 일기 시작한 것이지요.
2020년에는 한일 관계가 유래 없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는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올랐고,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인 프로듀서 JYP의 일본인 K-pop 신인 걸그룹 멤버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했으며, 일본 외무상마저 사랑의 불시착을 시청했다고 전해지는 등, 얼어붙은 한일 간의 정치와는 다르게 대중문화에는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기사에서는 2020년 일본에서 많이 사용된 신조어와 유행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만, 어떠셨나요? 아무래도 코로나로 시작하여 코로나로 끝나는 해라 그런지 올해 유행한 말들은 하나같이 코로나와 관련되어 있어서 어쩐지 씁쓸하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데요. 2021년의 신조어·유행어에는 부디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과 관련된 말들이 가득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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