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를 빼놓고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 일본 모두 외래어가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하지만, 어원이 같은 외래어니까 일본에서도 통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이번에는 이게 같은 단어야?’라고 놀랄 정도로 다른 한일 간의 발음이 다른 외래어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맥도날드 (마쿠도나루도: マクドナルド)
‘한국 옆에 일본이란 나라가 있다’ 정도만 알고 있었던 초등학교 시절, 학교 친구들 사이에 잠시 유행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맥도날드를 일본에서는 마쿠도나루도라고 한대. 아하하하하”
일본어의 외국어 발음을 비꼬는 이야기였고, 막연히 일본어는 특이한 언어구나..라고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생이 된 저는 일본어를 전공하게 되었고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했는데, 초등학생 때 들었던 마쿠도나루도는 사실이었습니다. 오전에 일본어 학교 수업이 끝나고 자주 찾았던 익숙한 간판의 ‘맥도날드’를 일본에서는 ‘마쿠도나루도’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받침 표기와 발음이 많지 않은 일본어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음절이 길어지며, 한국과는 전혀 다른 발음이 되어 버린 것이죠.
참고로 축소 지향의 일본인들은 이렇게 6음절로 길어진 ‘마쿠도나루도’를 ‘맛쿠(マック)’, 또는 간사이 지방에서는 ‘마쿠도(マクド)’로 줄여서 쓰기도 합니다.
-패밀리마트 (화미리 마-토: ファミリーマート)
한일간 발음 표기가 다른 것이 영어의 f발음입니다. 한국에서는 p발음으로 쓰고, 일본에서는 h발음을 씁니다.
일본에 본사가 있는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를 일본에서는 ‘화미리 마-토(ファミリーマート)’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팬 레터를 일본어로는 ‘환레-타(ファンレター)’, 송풍기 ‘팬’을 ‘환(ファン)’, 커피를 ‘코-히-(コーヒー)’, 피규어를 ‘휘규아(フィギュア)’ 라고 합니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일본식 영어 표기와 발음이 대단히 어색하게 느껴지는데요, 일본인도 마찬가지로 한국식 표기를 어색하게 느낍니다. 오래전에 일본 친구들과 한국에 간 적이 있는데, 패밀리마트 간판을 보면서 ‘한국 사람은 h발음을 못하는구나’라며 웃는 걸 보고 화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언어는 자국어가 친근하고 맞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 아이패드 (아이팟도: アイパッド), 에어팟 (에아폿즈: エアポッズ)
애플사 제품도 다른 제품인가 싶을 정도로 발음이 달라서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어의 영어 발음은 a를 ‘아’로 통일해서 발음하는 편입니다.
배트맨(batman)을 ‘밧토만(バットマン)’, 애플(apple)을 ‘앗푸루(アップル)’, 패드(pad)를 ‘팟도(パッド)’라고 발음합니다.
친구와 애플 제품 이야기할 때는 기억해두세요. 일본에서는 ‘아이팟도: アイパッド’, ‘에아폿즈: エアポッズ’라고 합니다. 참고로, 삼성폰 갤럭시(Galaxy)는 ‘갸라쿠시(ギャラクシー)’로 발음합니다.
-바이러스 (위루스: ウィルス)
일본어를 아는 한국 사람이라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이러스’의 표기입니다. 일본에서는 ‘위루스(ウィルス)’라고 하는데요, 어원을 알아보니 일본의 경우 의료 기술을 독일에서 많이 들여오면서 자연스럽게 용어도 그대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의료 진료 카드를 ‘카르테(カルテ)’, 엑스레이를 ‘렌트겐(レントゲン)’이라고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여담이지만, 2008년 일본에서도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일본어 제목은 ‘베토벤 위루스(ベートーベン・ウィルス)’입니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파소콘 위루스(パソコンウィルス)’, 코로나 바이러스를 ‘코로나 위루스(コロナ ウィルス)’라고 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브라더 (부라자-: ブラザー)
오래전 장동건과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대히트를 쳤고 일본에서도 개봉이 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태극기 휘날리며’를 정말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일본에 가면 일본 자막이 들어간 DVD를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일본에 오자마자 중고 DVD 숍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를 찾지 못해 점원에게 물어보았더니 한참만에 점원이 찾아온 DVD의 제목은 ‘부라자 훗또(ブラザーフッド)’…
원제목인 ‘태극기 휘날리며’가 어떻게 ‘부라자 훗또’가 된 것일까,, 여자의 ‘브라자(브래지어)’를 연상시키는 이 희한한 제목을 본 저는 DVD를 든 채로 한참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제 의문은 하단에 작게 적힌 영어를 본 후에야 풀렸습니다. ‘BROTHER HOOD’의 일본어 발음이 ‘부라자 훗또’였던 것이죠. the, ther 의 발음은 일본인들이 잘하지 못하는 발음 중에 하나인데요, 일본에서는 자(ザ)라고 읽습니다.
참고로 여자의 브래지어는 ‘브라자(ブラジャー)’라고 읽습니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일본어의 외국어 표기. 발음 때문에 일본에서 잘 통하지 않아 곤란한 일이 없도록 잘 알아두면 좋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하편에서 꼭 알아두면 좋은 단어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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