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를 먹을 때 순서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일본 사람들의 푸드 전쟁

음식을 먹을 때, 맛있는 부분을 가장 먼저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에 먹은 사람도 있습니다. 먹는 순서에 대한 나만의 철칙 혹은 습관이 있는 거죠. 특히 일본 사람들은 이러한 습관의 ‘타당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라멘의 종류, 돈까스 먹는 순서, 심지어 동일한 재료로 만든 키노코노야마(きのこの山: 버섯의 산)와 타케노코노사토(たけのこの里: 죽순의 고향)를 두고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정확한 먹는 방법을 찾고서야 직성이 풀린다고 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분명히 정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람들이 진지하게 먹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음식을 소개 드립니다.

붕어빵 – 머리파 VS 꼬리파

일본 사람들은 붕어빵을 먹는 방법에 대해 나름의 철칙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머리파’와 ‘꼬리파’로 구분되며, 이로 심리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본 웹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는 사람은 대략 60%를 차지하고, 꼬리부터 먹는 사람은 2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꼬리부터 먹는 사람의 비중이 현저히 많을 때도 있습니다.

머리부터 먹는 사람은 대부분 머리 위치에 속재료가 가득차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심리 테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붕어빵을 머리 부위부터 먹는 사람은 대부분 성격이 쿨하고 낙천적이지만, 남에게 지는 것도 싫어하고 열정이 빨리 식는 단점이 있습니다.

꼬리부터 먹는 사람은 꼬리 쪽에 속재료가 적당히 들어있고 겉이 바삭바삭해서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심리 테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붕어빵을 꼬리 부위부터 먹는 사람은 성격이 신중한 편이고 연애에 둔감한 편입니다.

재미로 보는 붕어빵 심리 테스트 어떠신가요? 다른 사람들은 어느 부위부터 먹는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치킨 가라아게 – ‘예스’ 레몬 VS ‘노’ 레몬

치킨 가라아게를 주문하면 토핑으로 레몬 한 조각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바로 이 한 조각의 레몬이 ‘푸드 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치킨 가라아게를 먹을 때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는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레몬즙을 뿌리면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 상큼함이 더해지고 조금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 레몬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레몬즙 뿌리면 가라아게의 바삭한 식감이 사라지게 되며, 가라아게의 본연의 맛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튀김 음식에 상큼함과 건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노’ 레몬파가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이 ‘예스’ 레몬파인지 ‘노’ 레몬파인지 확인하지 않고 바로 레몬즙을 뿌리는 행위라고 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고 자기만 아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치킨 가라아게 혹은 튀김 음식을 주문하여 여러 명이 같이 식사는 자리에서는 레몬즙을 뿌리기 전에 꼭 ‘노’ 레몬파가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돈까스 – 중간 부분 VS 가장자리 부분

주문한 따끈따끈한 돈까스가 나오면 두툼한 중간 부분부터 먼저 드시나요? 아니면 상대적으로 더 바삭한 가장자리부터 드시나요?

일본 사람들은 돈까스를 먹을 때도 나름의 철칙이 있습니다. 대략 60%에 달하는 일본 사람들은 가장자리부터 먼저 먹는다고 합니다. 가장자리 부분이 식으면 식감이 딱딱해져서 먼저 먹는 사람도 있지만, 사이즈가 한 입 크기에 딱 맞아서 먼저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머지 40% 사람들은 중간 부분의 육질이 가장 연해서 먼저 먹는다고 합니다. 사실 돈까스점에서 추천하는 식순도 바로 육즙이 많은 중간 부분부터 입니다.

한편 여러 명이 같이 하나의 돈까스를 먹을 때 중간 부분을 먼저 먹어야 하는지 가장자리 부분을 먼저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여러 명이 같이 먹을 때 가장자리 부분을 선택하는 것이 식사 에티켓에 부합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본인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돈까스부터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사이즈가 너무 크면 편하게 소분하여 먹으면 된다며 쿨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레 – 비벼서 먹기 VS 따로 먹기

카레는 식당마다 플레이팅이 다르고 사용하는 용기도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사람들은 카레 먹는 방법에 대해 남다른 ‘고집’이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카레 먹는 방식은 대부분 비빔밥처럼 비벼서 먹는 방식과 카레와 밥을 따로 먹는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비벼서 먹는 사람들은 밥과 카레를 충분히 비벼야만 카레의 진미를 맛볼 수 있으며, 어차피 입안으로 들어가면 카레와 밥이 일체가 되기 때문에 굳이 따로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카레와 밥을 따로 먹는 분들은 플레이팅 자체가 따로 되어 있고, 비벼서 먹으면 그릇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설거지하는 사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주장입니다.

낫토 – 덮밥으로 VS 따로 먹기

낫토는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본 사람들의 식탁에 자주 등장하는 메뉴입니다. 낫토를 먹기 전에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실처럼 보이는 점액질을 만들거나 간장이나 겨자를 추가하여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선 간장, 후 점액’ 혹은 ‘선 점액, 후 간장’인지 간장을 추가하는 타이밍을 두고 계속 입씨름을 벌였습니다. 낫토 협회와 전문가가 ‘낫토를 200회 정도 저은 후, 간장을 추가하면 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단, 간장을 먼저 추가하면 보다 편하게 저을 수 있기 때문에 낫토를 먹는 목적에 따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내용이 발표된 후에야 논쟁이 잠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의 낫토에 대한 논쟁은 ‘간장을 추가하는 타이밍’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낫토를 충분히 저은 후 덮밥처럼 밥 위에 올릴 것인지 아니면 따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낫토를 덮밥 형태로 즐기는 분들은 첫 번째로 낫토를 편하게 먹을 수 있고, 그다음으로 실 같은 점액질이 잘 끊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편 따로 먹는 분들은 따뜻한 밥 위에 올리면 온기로 인해 낫토의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낫토 팩에 두고 먹으면 점액질 부족할 때 다시 휘휘 저을 수 있고, 나중에 설거지하기도 편하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낫토 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낫토를 밥 위에 올려서 먹는 사람이 약 70%에 달하고, 따로 먹는 사람이 약 20.5%를 차지합니다. 낫토 덮밥으로 즐기는 분이 훨씬 많았습니다.

라멘 – 미소 라멘 VS 시오 라멘

1966년부터 발매하기 시작한 ‘삿포로 이찌방 라멘’은 일본 가정집의 상비 음식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전역에서 최초로 미소 라멘과 시오 라멘을 출시하여 라멘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습니다. ‘삿포로 이찌방 라멘’이 최초로 출시한 라멘 시리즈는 쇼유 라멘이지만, 아쉽게도 그 후 출시된 미소 라멘과 시오 라멘보다는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현재 시오 라멘과 미소 라멘의 대전은 ‘삿포로 이찌방 라멘’이라는 브랜드만이 아닌 모든 라멘의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미소 라멘을 선호하는 분들은 미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며 달걀 하나 넣으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맛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시오 라멘을 선호하는 분들은 라멘 국물이 깔끔하고 야채를 넣어서 끓이면 더욱 맛있다고 주장합니다.

미소 라멘과 시오 라멘의 치열한 경쟁 속에 ‘삿포로 이찌방 라멘’을 출시한 산요 식품(サンヨー食品)에서는 2019년에 공식 투표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투표(총 투표수가 70만 표 돌파)에서는 판매량이 더 많은 시오 라멘이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소 라멘이 686표를 더 많이 득표하여 최종 우승하였습니다. 미소 라멘과 시오 라멘의 치열한 경쟁이 이번 투표로 다시 한번 입증되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의 푸드 대전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앞서 소개 드린 음식 외에도 일본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을 두고 푸드 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먹는 방법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본인이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요구르트를 먹을 때 뚜껑을 열어서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빨대를 꽂아서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습관 나름인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일본 사람들의 먹는 방법(식사법) 등을 한번 관찰해보면 우리와 다른 ‘철칙’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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