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많은 분들이 해외 취업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일본은 거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매우 가까워서 많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 국가로 손꼽히는데요. 그렇다면, 일본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일본어는 어느 정도 구사해야 할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 취업을 위해 필요한 일본어 레벨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취직하고 싶은데 일본어는 얼만큼 해야 하나요?”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많은 분들은 일본어에 대해 하나같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일본어 능력 시험(JLPT) 1급을 취득했지만 회화는 전혀 안된다든지, 회화는 가능하지만 존댓말이나 경어 사용이 어렵다든지 고충도 가지각색입니다.
필자는 2012년 겨울,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 온 후, 서비스직부터 사무직까지 약 8년 동안 다양한 직종의 일본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문과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일본에서의 취업 활동 경험과 인재 소개회사에서 근무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일본어 레벨’에 대해 각 항목에 따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개인의 상황과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전공 계열에 따라
1) 이과 계열
회사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이과 출신자에게 요구되는 일본어 실력은 보통 ‘최소한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정도’입니다. 즉, 경어가 잘 안되고 존댓말이 잘 안되더라도, 관련 경력이나 스킬이 있고, 일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지요. 특히, 현재 일본의 IT 산업은 큰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야근도 잦고 업무량에 비해 연봉도 낮아 일본에서는 IT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뿐더러, 기존 기술자의 고령화로 인해 대체 인력 공급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일본 기업들은 기술자에 대한 채용 문턱을 낮추고, 외국 국적의 노동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신입 기술자에 대한 일본어 기준은 중급 정도로 살짝 높지만, 경력자는 ‘일상 대화’가 가능하면 일단 합격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2) 문과 계열
문과 출신자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일본에서 이과 계열은 외국인도 취업이 쉽지만, 그 외 많은 일본 기업은 일본 젊은이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노동 인력이 많이 몰리는 문과계열은 그만큼 취업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일본어를 잘하는 문과 출신 외국인도 생각보다 많아서 그만큼 경쟁률도 더 높아집니다. 그러므로 특출난 능력이나 매력적인 경력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문과 출신자에게 요구되는 일본어 실력의 기준은 이과보다 훨씬 엄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경력과 조건이라면 일본어를 더 잘하는 사람이 우선시 되는 것이지요.
물론, 한인 회사처럼 사장님부터가 한국인, 직원도 한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회사라면, 사내에서 일본어를 사용할 일도 많지 않고, 한 명쯤은 일본어 능력자(혹은 한국어 능력이 출중한 일본인)가 있기 때문에 굳이 일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합격할 확률은 높습니다. 그러나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일본 기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적어도 비즈니스 수준의 일본어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합격 확률이 높아집니다.
회사 성향에 따라
1) 보수적인 일본 기업 등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절차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일본 기업들로 보통 상사, 금융계, 자동차 산업 등이 이에 속합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본래 외국인을 잘 채용하려고 하지도 않지만, 타국 기업과의 거래상 모국어 레벨의 직원이 필요해서 등 어쩔 수 없이 구인하는 경우, 일본어 실력도 거의 일본인에 가까운 레벨을 선호합니다. 즉, 단어나 존댓말, 경어 사용부터 발음, 억양까지 일본인과 크게 차이 없는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합니다. 또한 이런 기업은 기본적으로 문서 작성, 회의, 사내 의사소통 등 출근부터 퇴근까지 오직 일본어만 사용해야 하므로 말하기 실력뿐만 아니라 듣기 실력도 거의 완벽에 가까워야 합니다. 외국인은 보통 신졸(졸업 예정자) 채용으로만 선발하며, 중도 채용(기졸 경력자)일지라도 일본 기업에서 업무 경력이 있거나, 적어도 일본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다국적 일본 기업 등
외국인 채용 실적이 다수 있고, 이미 다양한 국적의 사원이 근무하고 있는 다국적 일본 기업으로, 보통 IT, 광고, 미디어 등의 업계가 이에 속합니다. 앞서 언급한 보수적인 일본 기업과는 다르게 기업문화가 열려있고,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채용하려는 회사가 많습니다. 이런 기업에서는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의 일본어 능력을 요구합니다. 즉, 일본인처럼 완벽에 가까운 일본어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지요. 업무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사내 문서와 비즈니스 메일을 이해할 정도의 독해력과 직접 작성할 수 있는 능력, 회의 내용을 알아듣고,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정도의 회화력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사내 의사소통 언어는 일본어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직원끼리라면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어느 정도의 외국어 사용은 허용되기도 합니다.
3) 한국계 기업, 외국계 기업 등
일본에 진출한 주일 한국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이라면 요구되는 일본어 레벨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한국계 기업이라면, 보통 한국 본사와 관련된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일본어를 사용할 일이 크게 없을뿐더러, 필요하더라도 일본인 직원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국인 주재원이나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일본인 직원도 많아서, 사내 의사소통도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쓰거나 한국어만 사용하는 등 한국 소재 회사와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물론, 회사나 업무에 따라서는 비즈니스 레벨 이상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보통 중급 정도의 실력이면 무난하게 합격합니다. 다만, 외국계 기업은 높은 일본어 실력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비즈니스 레벨 이상, 혹은 네이티브에 가까운 영어 실력을 요구할 수 있으니 이 점도 고려해 보셔야 합니다.
직무에 따라
1)서비스직
일본 젊은이들은 회사를 골라서 들어간다는 말이 돌 정도로 한국에서는 일본 취업시장을 ‘호황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 젊은이들 역시 고강도의 육체노동, 낮은 임금,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서비스 업무는 기피하고, 사무직 업종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구인난의 타격은 서비스업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 일본 정부뿐 아니라 일본 내 각종 서비스 업계는 외국인 노동력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기대하는 일본어 능력은 일반 사무직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즉, 비즈니스 레벨까지는 아니더라도 です、ます형을 사용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합격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것이지요. 다만, 서비스직에도 업무 폭은 넓고 다양하므로, 주어지는 일은 일본어 실력에 따라 크게 갈릴 확률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호텔이나 료칸에 취업했을 때, 일본어 실력이 좋지 않으면 객실 청소, 레스토랑 서빙처럼 손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는 일이 주 업무가 되겠지만, 일본어 실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손님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체크인 업무 등 메인으로 나서게 됩니다. 참고로, 큰 규모의 료칸이나 4~5성급 호텔의 프런트 업무는 일본어 상급레벨을 필요로 합니다.
2)사무직
사무직 업무는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높습니다. 일본어가 모국어인 일본 젊은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데다가, 일본에서 취업하려는 일본어가 유창한 문과 외국인도 많기 때문에, 일본어는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보수적이고 엄격한 일본 기업이 아닌 이상, 외국인 사원에게 일본인과 동급의 언어 실력을 기대하는 회사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상급 이상, 비즈니스 일본어는 기본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です, ます형은 기본으로, 경어도 상황에 맞춰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하고 단어도 정중한 단어를 사용하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정확한 업무 파악을 위해 일본어 듣기 실력도 좋아야 하며, 메일 및 문서 작성을 위한 일본어 쓰기 능력과 독해력도 필요합니다.
물론, 회사 규모, 근무 환경, 경력 사항, 업무 내용에 따라 요구되는 일본어 레벨은 달라지므로 앞서 말씀드린 내용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일본 회사는 사내 언어를 일본어로 통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최소한의 비즈니스 레벨은 갖춰두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면접시 일본어 준비는?
그렇다면 기업은 지원자의 일본어 실력을 어떻게 판단할까요? 지원 서류를 통해 가장 먼저 일본어 쓰기 실력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은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일본어 의사소통능력을 판단합니다. 언어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으로, 같은 실력이라도 듣는 이에 따라 레벨이 갈릴 수 있습니다. 즉, 면접을 어떻게 보냐에 따라 자신의 일본어 실력을 ‘중상급’으로 포장할 수도, ‘상급’으로 포장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면접 시 반말의 사용은 절대 금지입니다. 면접은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와 최소한의 의사소통능력도 함께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아무리 외국인이어도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 없음’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면접에서 경어를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높이는 표현인 존경어, 나를 낮추는 겸양어, です, ます형인 정중어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비즈니스 일본어 이상의 고급 회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하도록 합시다. 그러나 경어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경어 사용에만 집중하다가는 오히려 단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거나 틀린 표현을 남발하는 등의 실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면접에서의 실수는 자칫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으니, 경어 사용에 자신이 없다면 です, ます형이라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좋은 발음, 높은 수준의 단어 사용 능력보다는 상대방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내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항상 자신감을 갖고 면접에 임해야 합니다. 일본어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합격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므로, 업무 수행에 대한 의지,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의욕을 면접에서 있는 힘껏 자신 있게 보여줍시다. 그런 지원자라면 어느 채용 담당자라도 기쁘게 합격 시켜주리라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일본어 능력은 일본에서 원하는 회사에 입사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는 쓰는 말만 쓰기 때문에 일본어 공부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본 회사에 취업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어 공부도 계속해야 실력도 늘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공부만 꾸준히 한다면 직장에서도 일본어 실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으니, 입사 전부터 언어 때문에 크게 걱정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이번 기사가 일본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독자 여러분 모두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시기를 저희 츠나구 로컬이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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